2012년 09월 03일
수빅, 바기오
늦은밤에 출발한 야간 버스가 오전 열시쯤 되자 목적지인 수빅에 도착한다.
배낭을 짊어지고 터미널을 빠져나와
한참을 걸어걸어 수빅만에 도착했다.
수빅은 과거 미군 기지가 있던 곳으로
엄청 큰 규모의 기지촌이 형성되어 있던 곳 이기도 하다.

그냥 농담삼아 '동남아시아 성매매 실태 조사' 차원에서
수빅을 방문하겠다고 마음먹은터라 오긴 왔는데,
뭘 할지는 사실 아무 계획도 없었다.
다이빙을 해볼까. 호핑투어를 떠나볼까.
일단 뭘 하던 숙소는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숙소를 알아보니 비싸기만 한것이 아니라
방도 없단다.

수빅만으로 흐르는 강.
이때 배낭 등에 메고 있는 상태라 사진찍는것도 귀찮고,
뭐 꼭 배낭 탓이 아니더라도 요즘은 귀찮아서 사진 잘 안찍는다.
암튼 졸라 더운곳에서 배낭메고 해안가까지 1시간 정도 걸어간듯.

떠나거나, 혹은 하루정도 숙박을 하더라도
밥은 먹어야 하는데
이동네가 나름 휴양지라 물가가 매우 비싸다.
편의점에서 스파게티와 햄버거를 구입하여
한쪽에 배낭과 보조가방 던져놓고 허겁지겁.
딱히 계획이 있던 동네도 아니었던지라
담배한대 피우고 바로 떠나기로 결정.

일단 다시 가방 들처메고 버스정거장으로 빠꾸.
이날씨에 이정도 무게의 가방을 들고
이정도 거리를 걸었으면 오늘 할 운동량은 다 채운것 같다.
버스정거장에서 무턱대고 바기오행 버스 티켓을 사놓고 보니
배가 살살 아프다.
흔들리는 버스안에서 엉덩이 된장을 비벼놓는건 싫으니
버스시간이 되기전에 화장실에 가자.

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화장실은 있는데, 화장실 내부에 배낭을 맡겨놓을 곳이 없다.
터미널의 직원이 분명해 보이는 보안요원에게 배낭을 부탁하고
시설은 노후되었지만 청소관리가 꽤 잘 된 유료! 화장실에 들어가보니
좌변기에 날개가 없다.
스쿼트 자세를 응용하여 잽싸게 일을 보려하였으나
불안정한 자세에서는 그럽게 쉬이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날개도 없는 변기에 내 사랑스런 엉덩이를 가져다 댈 순 없으니
땀을 뻘뻘 흘리며 스쿼트 자세를 유지.

겨우 일을 다 보고 터미널에 있던 보안요안을 찾아 두리번 거려봤는데
아무도 없다;
설마설마 하면서 기다리는데,
한참있다 나타나선 창고에서 가방을 꺼내준다.
그리곤 당연하다는듯이 돈을 요구.
적당하게 돈을 주고 버스 탑승.
밤새 시달려 여기까지 왔는데, 또다시 버스 이동이다.

한참을 달려 밤 10시경 바기오 버스 터미널 도착.
버스에서 내리니 어라? 이건 동남아의 날시가 아니다.
어디 산간 마을에서나 느낄수 있는 약한 한기가 몸을 감싼다.
어쨌거나 가이드북에서 확인한 숙소로 이동하려고 택시 탑승.



대충 이름은 바뀐거 같은데, 설명을 보면 여기가 거긴갑다. 하게되는 그런 숙소.
나무복도가 꽤나 이쁘다.
화장실이 공용이란것이 조금 아쉽긴 한데,
공용화장실 들락거리다 보면 가끔 희한한것;;도 목격하고 하니까 나쁠것도 없지.

숙소 방에는 이렇게 십자가가 붙어있다.

저녁을 먹던, 술을 한잔 하던간에 일단 시내로 이동.
올때는 택시타고 내리막길을 내려왔지만, 갈때는 도보로.
숙소 바로 옆에 뭔 클럽이 있어서 잠시 들어가 보았는데,
아직 시간이 일러서인지
붉은 조명아래 조용하게 음악만 나오고 스테이지가 보이고 철봉이 세워져 있는것이
아하. 여기도 술보다는 다른걸; 파는데로구나.
혼자 앉아 구경하기도 뻘쭘하니 다음 스테이지로 가보자.

막사이사이마사지.
누가 내 몸 만지는거 싫어해서 마사지는 별로.
여기 젊은애들은 뭐하고 노나 궁금해서
쇼핑몰이 몰려있는 시내로 가 보니
여기저기서 한국말이 들린다.
얼떨결에 인사를 했더니만
자기들끼리 서로 수근거리며 아는 사람이냐고 물어보는 모양세가 유학생들이다.
아, 어딜가나 한국사람 많은곳은 저렇게 끼리끼리만 노는가 보다.

입장료를 50페소나 내고 들어간 힙합바.
아무것도 건진것이 없다.
돈만 들인 기분.

그 근방에서 꽤나 유명한 또 다른 바.
입장료는 없어서 좋긴 한데
여기도 유학생 천지다.
여자애가 술먹고 뻗으면 남자애가 둘러메고 숙소로 싣어나르는 폼이 능숙하다.
아, 나도 십년만 젊었으면 여기서 저렇게 여자 둘러멨을텐데;

이봐. 저기 저 여가수 임신한거 같지 않아?
이봐. 한국말로 pussy 가 뭐야? 한국말로도 발음이 존나 비슷하네 우헤헤헤;
하고 웃던 노인네.
존나 유쾌하게 사는것 같다.
더 마셨다가는 안될거 같아서 숙소로 빠꾸.
빠꾸하던 내손에는 어느덧 술병이 들려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동네가 꽤나 이쁘다.
인도의 다질링의 느낌이다.

요것이 뭔고 하면,

십오페손가 이십페소가를 주면

코코넛 열매를 까서 넓은 막대기로 살살 쑤시쑤시; 하면서 달래주면




과즙을 담은 코코넛 과육이 뽕; 하고 빠져나온다.
달달한 맛에도 혈당이 많이 상승하지 않고 숙취와 갈증에 참 좋다.

교통사고가 난줄알았는데 술에 취한걸로 추정되는 노숙자.


산꼭대기에 자리한 도시 아니랄까봐 경사가 꽤 심한곳이 많다.



그린망고와 옐로우 망고.
소금에 찍어먹으면 감질맛이 나는게 손이 계속간다.


케익은 먹지도 않으면서 제과점 있으면 사진은 왜 찍는지 이해불가.

성당이 하나 있길래 다가가 보았다.

성당안에서는 미사가 진행중이다.


성당에 있는 쇼윈도에는 예수가,



고깃간의 쇼윈도에는 고기가,

좁은 도로에는 러시아워가 있다.
한쪽 방향으로만 차가 엄청 막힌다.


상점들.


동네 하꼬방들.

꼬망쇠들.

이층부터는 불법; 구조변경으로 평수를 늘려놓았다.

인도의 다르질링도 고산지대에 위치해서인지
느낌이 매우 비슷하다.


상점앞을 지나는 짐꾼들.


이곳 바기오에서는 300페소 정도의 가격에 말도 탈 수 있고
뭔 전망대로 있고, 동굴도 있고 그런가본데,
사실 바기오에 들린 이유는 서핑으로 유명한 라 유니온의 모나리자 포인트에 가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짐을 싸들고 바로 이동.


버스터미널로 이동해서


한국에 유명한 걸그룹의 생수머신인가 정수기인가가 유명하다던데,
암튼 한글 보여서 한장 찍어봤다.

이건 그냥 시장 풍경.

이건 그냥 출발 하기전 버스 안 풍경.


엄지손가락으로 도도도도. 도도도도. 하고 문자 보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던 아가씨.

버스타고 산을 내려가는 길에 안개가 잔뜩 끼어있어 있는 길이 참으로 이뻤다.

이렇게 대충 바기오 탈출기 끝.
by 꼭사슴 | 2012/09/03 21:42 | PHILIPPINES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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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덩굴숲의사람 at 2012/09/05 08:17
와~아기다리고기다리던 여행기가 올라왔군요.

언제쯤 다녀오신건가요?

중간의 재치있는 구성에 피식 웃음까지나온 재미난ㄱ구성이네요.

^__^

다음화도 기대됩니다.
Commented by 꼭사슴 at 2012/09/06 20:06
지금 올리는건 작년 1월.
Commented by 숙소 질문이요 at 2016/05/14 11:53
숙소 위치와 이름좀 알려주세요..
Commented by 꼭사슴 at 2016/05/14 20:17
거의 육년전 숙소 이름을 기억할 리가 없고,여행시 기록했던 여행기는 본가에 있으며,지금은 모든것이 변했으니 아고다나 부킹닷컴을 이용하시는걸 추천합니다. 이만원 미만 숙소가 수두룩 할거에요.
Commented by 숙소 질문이요 at 2016/05/15 23:34
숙소 바로 옆에 뭔 클럽이 있어서 잠시 들어가 보았는데,...
님이 말씀하신 숙소랑 그옆에 클럽이 막사이사이 쪽인가요??
아무리 찾아봐도 안나오네요.. 기억을 다시한번 해주세요 ㅜㅜ
Commented by 꼭사슴 at 2016/05/17 20:38
이미 다녀오신 듯 한데, 무슨 연유로 숙소 이름을 그리 찾습니까?
2011년 판 론니플래닛에 보면 나와있을겁니다.
Commented by 꼭사슴 at 2016/05/17 20:51
355 Magsaysay Ave, Baguio, 2600 Benguet, Philippines
Baguio Village Inn
망한 블로그의 존나 친절한 주인장-_-
Commented by 숙소 질문이요 at 2016/06/08 17:17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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